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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쉬르 사후 83년 만에 발견된 육필 원고…‘일반언어학 노트’출간
작성자 한말연구학회
등록일2008.03.06
조회수5353
[일간스포츠 장상용 기자] ‘랑그와 빠롤’로 유명한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 소쉬르(1857년~1913년). 그의 사후 83년 만에 발견된 육필 원고가 국내에 번역돼 출간됐다.‘일반언어학 노트’(인간사랑 간)로 유럽과 북미를 제외하고 아시아권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 책의 운명은 대단히 흥미롭다.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석사 논문을 써 19세기 역사 언어학의 지평을 바꾸어 놓은 소쉬르는 그 후 언어학에 대한 심한 회의에 빠져 이렇다 할 글을 쓰지 않았다. 모두들 소쉬르가 글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으나 1996년 스위스 제네바에 자리한 그의 생가 별장을 개축하는 과정에서 소쉬르의 육필 원고가 발견된 것이다.

이 책은 의미가 크다. 소쉬르 저서로 알려진 ‘일반언어학 강의’는 사실 소쉬르가 쓴 것이 아니기 때문. 소쉬르를 연구하는 두 언어 학자가 소쉬르 제자들의 노트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덧붙여 만든 책이었다.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던 소쉬르의 사상을 ‘일반언어학 노트’를 통해 직접 접하게 됐다.

이 책은 말년 언어학에 대해 회의를 품었던 소쉬르의 생각을 전달한다. 언어가 별 의미가 없지만 인간은 그것에 별별 의미를 갖다 붙이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쉬르는 이 점에서 기호의 의미를 찾는다.

이 책은 미완성의 성격이 강해 독자에게 새로운 해석과 상상을 불어넣는다. 소쉬르가 상념에 잠길 때마다 몰아 쓴, 다듬어지지 않은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텍스트 곳곳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최용호(한국외대 불어과), 김현권(한국방통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이 텍스트에 일관성을 복원시킴으로써 텍스트성을 부여하는 행위는 소쉬르와 함께 산책을 나선 독자들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각 주제에 대한 단상을 명상록처럼 모은 이 책은 세기의 사상가가 겪은 정신적 고뇌와 사색의 깊이, 인간과 언어에 대한 성찰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일간스포츠 2008-02-29 15:24:50]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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