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말연구학회 회원 여러분께
예년보다 일찍 민족의 명절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한말연구학회의 회원 여러분 모두 정겹고 풍성한 추석 명절을 보내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제12대 학회장이신 김용경 선생님의 뒤를 이어 앞으로 2년간 제13대 한말연구학회장을 맡게 된 경희대학교 김양진입니다. 먼저 지난 2년 동안 학회를 알차게 운영해 주신 김용경 선생님과 임원진 여러분들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986년에 결성된 한말연구모임으로부터 시작해서 1996년 한말연구학회로 이름을 바꾸어 어언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말글’을 연구하는 일념으로 학회지 <한말연구>와 함께 해 온 학회의 지난한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입장에서 이제 팔을 걷어 부치고 일을 함께 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부족한 제가 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돌아보니 제가 한말연구학회에서 2001년에 “국어사전에서 접미사 처리의 일관성에 대하여 - 표제어 선정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발표한 이래, 지난 20여 년간 2~3년에 한 번씩 꾸준히 발표를 해 왔고 또 윤혜영 선생과 함께 학회의 총무이사(2013~2019)를 맡아오면서 한말연구학회의 변화와 발달 과정을 누구보다 가깝게 지켜본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저에게 이런 막중한 일을 맡겨 주신 게 아닌가 합니다.
제가 지켜본 바, 여타의 다른 학회들에 비해 한말연구학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높은 홈페이지 활용도와 효율적인 학술지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말연구학회는 이미 이전 회장단에서부터 학술지 운영에서 홈페이지 운영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며 학계의 학술 환경의 변화를 주도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하며 새로운 어떤 일을 벌이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학회가 걸어온 방향이 옳다는 판단 아래 전임 회장님이 추진해 오던 세 가지 주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 홈페이지를 개편하였습니다.
새로 개편된 홈페이지를 좀더 효율적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 영문/중문 홈페이지 개편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한국어문 분야의 연구가 한류를 바탕에 두고 성장해 나가는 기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문 연구 공간의 의사 소통은 아직 국내의 연구자들만을 향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향후 국제적인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문호를 여는 상황이 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둘째, 논문 투고 시스템을 개편하였습니다.
새로 개편된 논문 투고 시스템에 따라 학술지 『한말연구』는 기존의 국어학계의 관성을 뛰어 넘어 시기와 상관없이 논문을 받고 심사하는 유연한 학술지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학술지 운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아직 충분히 홍보되어 있지 않아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나 경험이 학계에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학회장을 하는 동안 이러한 학술지 운영이 가지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학계에 널리 알리고 그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셋째, 신진 학자들을 위한 연구 모임을 더욱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신진 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수학술논문상을 강화하고 국어학 분야의 새로운 관심 주제에 대해 전문 학자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연구를 위한 도구 프로그램의 공동 연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겠습니다. 이러한 모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됨으로써 학문적 역량이 누적되고 공동의 학문적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외에 제가 한말연구학회에서 꼭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은 학술 발표회장의 웅성거림입니다. 정해진 발표자-토론자-사회자, 정해진 시간, 정해진 질의-응답이 일상화된 한국어학계에서 발표자와 토론자, 사회자를 정하지 않은 채 같은 주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발표 모임이라든지,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채 같은 주제에 대해 오랜 시간 거듭해서 이루어지는 토론이라든지,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질문도 방향을 조금만 틀면 뜻밖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실천적으로 말해 주는 학술 모임이 있다면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학회’로 학회 구성원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말연구학회의 자유게시판 등에 올라 있는 우리말 질의응답 가운데 시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모아 학회의 젊은 연구자들이 신선한 답을 담은 책을 출간한다든지 학회에서 운영하는 기획 세미나나 도구 프로그램 연수의 성과 등을 도서화함으로써 이를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일도 학회가 ‘살아 움직이는 학회’임을 보여 주는 작은 도화선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일들을 함께할 임원진을 붙임 자료와 같이 새롭게 위촉하였습니다. 학문 연구와 교육에 겨를이 없는 가운데서도 기꺼이 앞으로 저와 2년 동안 한말연구학회의 일을 맡아 주신 박동근, 조용준, 조태린 세 분 부회장님, 감사님, 총무 이사님, 재무 이사님, 연구 이사님, 출판이사님, 정보 이사님, 섭외 이사님, 국제 이사님, 일반 이사님과 편집위원회, 연구윤리위원회의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게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한말연구학회의 역대 회장님과 오늘을 함께 하는 여러 회원 선생님들께서도 학회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따듯한 관심의 눈길로 지켜봐 주시고 지금까지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학회가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0월 4일
제13대 한말연구학회장 김양진 삼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