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에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의 국어실력이 100점 만점에 30점 안팎에 불과하다(본보 16일자 1면 참조)는 충격적 조사결과를 발표한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47·사진)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일반 시민보다 국어에 훨씬 관심이 있어 국립국어연구원 문화학교까지 다니는 사람들이 평균 29.81점을 받았고,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학이라는 서울대 인문대 학생들도 평균 34.23점에 불과했다. 둘 중의 하나를 고르는 문항이었던 만큼 문제를 보지 않고 ‘찍어’도 확률적으로 50점은 맞는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게 참담했다. 문제가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지난 95년 측정때 평균은 52∼55점이었다.
“전체적인 학력 저하로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수능시험이후 학교교육에서 규범언어, 즉 표준어에 대한 평가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평가가 없으니 학습이 없는 것이지요.”
민교수는 학교교육의 문제점 외에 인터넷 통신에서의 규범언어 파괴도 큰 몫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인터넷 통신을 하면서 사람들이 맞춤법을 일부러 틀리게 하는 등 규범언어의 왜곡을 즐기고 있습니다. 권위에 대한 희롱, 희화화 등 새로운 유행을 좇는 반규범의식이 규범언어를 쓰는데 상당한 간섭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민교수는 사실상 ‘단어’실력의 수준을 측정한 이번 조사 결과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문장’실력에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를 주고 그것을 글로 써보라고 하면 논리 전개는 차치하고 문법적으로 말이 안되는 비문이 수두룩합니다. 설득력있는 인용이 들어간 깊이 있는 글쓰기는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독서능력과 작문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우리 고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문능력으로 논의를 옮겨가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는 결국 이같은 총체적인 국어실력 저하가 정보화·세계화의 시대에서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자기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언어능력은 필수입니다. 모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외국어로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겠습니까. 또 모국어 실력 부재는 바로 자기 자신의 문화에 대한 무지로 이어집니다. 이런 사람이 설사 외국어를 능통하게 한다 할지라도 그 내용을 무엇으로 채우겠습니까. 문화적 정체성이 없이 세계화 시대에 앞서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대한 민교수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인터넷, TV, 영화 등 동영상 시대에 이같은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정에서 열심히 독서를 지도하고,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