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댓글]우리/저희
작성자 한말연구
등록일2002.05.13
조회수3671
안녕하십니까? 한말연구학회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문제이니 하나의 제안이라고만 여겨 주십시오.

[1] 같은 학교에서 모시고 있는 교장 선생님께 학교 현황을 말씀드릴 때.
이 경우에는 "우리 학교"와 "저희 학교" 모두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나라"라고 칭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 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구성원끼리 자기 학교를 낮출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말하는 게 언어 직관상 좀 꺼려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용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 학교"라고 했을 때 "우리"가 말을 듣는 상대방과 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라는 표현을 써도 실제로는 자기 자신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ㄱ. 철수야 이거 우리 엄마가 줬다.
ㄴ. 선생님 이거 저희 어머니께서 갔다 드리래요

라고 했을 때, "우리"는 "철수"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을 포함합니다. ㄴ의 저희 어머니는 당연히 "나의 어머니"를 말하지요.
이렇게 볼 때 교장 선생님에게 "저희 학교"라고 했을 때 "저희"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지 상대방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하라고 한다면 역시 한 공동체라는 점을 더 중시해 "우리학교"라고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됩니다.

[2] 교육청이나 교육장님이 오셔서 그 분께 학교 현황을 말씀 드릴 때.
이 경우에는 "저희"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방송국이나 회사에서 고객을 상대로 "저희 KBS에서는" 또는, "저희 회사에서"는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회사에 대해 고객은 "상급자"가 되는 것이겠지요. 꼭 교육청이나 교육장과 같은 상급 기관이 아니더라도 외부인에 대해서(예를 들어 같은 직급의 다른 학교 선생님에게 자기 학교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저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 저보다 높은 상대에게 우리 가족을 말할 때.
이 경우에는 당연히 "저희"라고 해야겠지요. 이 경우에도 "저희"를 안 쓴다면. "저희"는 어디다가 쓰나요? ^^

* 높임법은 성격상 국어의 다른 문법 범주(시제법이나 의향법 등)와 달리 문법성 여부로 문장의 적격성을 따지가기 쉽지 않습니다. 관습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 차이도 있게 마련입니다.





210.179.20.6 박영길: 빠른 답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용 또한 너무 명쾌하시고요^^* [05/14-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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