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국학부흥과 동아시아학 정립
작성자 월계자
등록일2004.01.29
조회수2406
제목: "국학" 부흥과 "동아시아학" 정립을 바란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이웃나라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 및 영토에 관한 망언과 공작을 보며, 또 급변하는 국제 환경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수년간 국민경제가 활기를 많이 잃고 1인당 국민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하여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지고 있는데, 들려 오는 것이라고는 일본의 독도(소위 "다케시마") 영유권 망언이나 중국의 고구려 등 한민족 고대사 빼앗기 공작(소위 "동북공정")에 관한 소식이요, 지난 대선 때 어느 정당은 얼마를 불법으로 모금했네, 어느 정치인은 얼마를 기업에서 우려내어 사사로이 착복을 했네 하는 소식들이니, 웬만큼 인격수양이 되고 번잡한 세간사에서 초탈하고자 하는 고매한 도인(道人)이라도 이따금씩 눈살이 아니 찌푸려질 수 없고 목석이 아닌 이상에야 감정이 격하여짐을 때때로 억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정치가 "국민의 눈물과 한숨을 거두어 주는 행위"요 도덕이 "나를 평안케한 바로 그 힘으로 세상을 평안케하는 작용(수기이안인=修己以安人/ 정기이화인=正己而化人)"이어야 한다면 분명 제대로 된 정치나 도덕이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여 국태민안(國泰民安), 즉 나라는 부강하고 백성은 평안함을 누리게 하자면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권을 정화하고 과학기술도 더 발전시키고 체육, 예술도 발전시키고 하여 하이테크 하이터치의 선진 문화를 창조해 나가야 하기도 할 것입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참선이나 요가 혹은 전통적인 호흡 수련, 기수련, 주문수련 등을 실천하여 몸과 마음의 안정과 활력을 기르고 잠재능력을 잘 계발하는 일도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저는 예전에 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였고 그밖에 정치, 외교나 종교, 철학, 역사 등 주로 인문학 방면에 걸쳐 관심을 기울여 온 사람의 입장에서 인문학 분야에서도 "나를 평안케하고 세상을 평안케 하는 작용"이 더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지금 처한 처지를 분명하게 알게 하고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삶의 목표를 분명하게 느끼고 거기서 희망과 보람을 느끼게 하려면 이론적인 좌표 설정이 필요하고 그 역할은 많은 부분 인문학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알기 쉽게 말해서, 제대로 국사학을 연구하여 놓았더라면 지금 우리 비전문가들까지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따위에 분개할 필요도 별로 없었겠지요. 또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동북아 중심국가" 혹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새 시대"를 위해서도 무언가 깊이 있는 철학이랄까 이론 정립이 있고 그에 기초한 정책 수립이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일관되고 여유롭게 국운을 개척하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우리 한국과 8천만 한민족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국학"을 부흥하고 "동아시아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앞으로 열리는 동아시아 통합의 시대에는 자주성과 국제성을 잘 조화할 수 있는 역량이 개인에게나 나라와 겨레 전체에게나 요구되는 데, 자주성의 확립을 위하여는 주로 "국학"의 부흥이 필요하고 국제성의 배양을 위하여는 "동아시아학(가칭)"의 정립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1. 국학의 부흥을 바라며


저는 아직 이 방면의 전문적인 연구가나 학자가 못되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정밀하게 정의를 하지는 못하지만, "국학"이란 "우리 한민족이 살아온 삶의 발자취와 거기에 배인 숨결을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일단 정의하고자 합니다. 즉, 국학은 곧 한민족에 대한 학문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민족학(韓民族學=桓民族學)으로 불러도 좋겠고 한국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한국학"이란 용어는 외국인들이 한국 및 한민족을 연구할 때, 혹은 그런 외국인들을 위하여 우리가 우리의 고유 학문을 지칭할 때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 같습니다. 중국학, 일본학, 난학(蘭學), 서학(西學) 등의 용어와 대비하여 보면 한국학의 의미가 또렷해지겠지요. 또 저 개인적으로는 학문의 대상을 바르게 가리키기 위하여는 "국학(國學:나라에 관한 학문)"이란 용어보다도 "한민족학(한겨레에 관한 학문)"이란 용어가 실체에 더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만, 그동안 국어학(國語學)이나 국사학(國史學)이란 용어와 함께 국학이란 용어가 귀에 익숙하도록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급하게 고쳐야 할 필요까지는 없고 천천히 공감대가 형성되면 용어를 바꿀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한민족학, 즉 국학에는 어떤 분야가 있을까요?

어떤 분은 국학을 국사학, 국어학, 국민학, 국토학 등 4대 분야로 나누기도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논리적으로는 기존의 여러 학문분야의 숫자 만큼의 국학의 분야들이 있을 수가 있다고 봅니다. 한겨레의 철학을 다루면 한민족철학(혹은 한국철학), 한겨레의 예술을 다루면 한민족예술학(한국예술학), 한겨레의 독특한 무예를 다루면 한민족무예학, 한민족의 풍속을 다루면 한민족풍속학(혹은 한국민속학), 한겨레의 과학을 다루면 한민족전통과학 등으로 부를 수가 있겠고, 한민족의 정치를 다루면 한민족정치학, 한민족 고유의 병법을 다루면 한민족병법학(혹은 한민족군사학)이 되겠지요. 물론 이것을 더 세분하면 일일이 거명하기도 힘들 정도의 무수한 국학 분야가 나올것입니다. 다만 많은 경우에는 서양에서 도입한 학문들 속에서 한국 혹은 한민족의 고유한 학문들을 분야별로 다루고 있을 테니까 굳이 별개의 학문으로까지 정립하여 교과목을 만들고 교과서를 집필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별도의 교과서가 있느냐, 학교에서 독립한 교과목으로 가르치는가 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분야에서건 우리 민족 고유의 것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어야 하고 이런 분야별 연구가 종합되어 통일된 인식의 체계이자 자료로서 국학, 즉 한민족학이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국학 내지 한민족학의 중요성을 제가 강조하는가 하는 이유는 단지 중국이나 일본 등의 역사 날조라는 외부적인 자극 때문만은 아니며,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을 너무나 잘 모른다는 반성에서도 나오는 것입니다. 요즈음 큰 논란이 일고 있는 고구려사 문제와 관련하여 간단한 예를 들자면, 고구려(高句麗)라는 나라 이름과 관련하여 국내에서도 고구려, 고려, 고구리, 고리, 가우리 등등 분분한 표기법과 해석이 있고, 주몽(朱蒙)이 맞는가 추모(鄒牟)가 맞는가 등등 여러 설이 분분하여 이런 국명, 지명, 인명 하나도 그 본래 발음과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슬픈 일입니다.

다행히 근년에 들어서 민간에서 활발한 독창적인 연구들이 일어나 그 공백을 조금씩 메워는 가고 있으나 비슷한 목적지를 향해 비슷한 길을 가는 분들 사이에서도 사소한 의견 충돌로 생산적인 토론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일도 있더군요. 중요한 것은 나의 이론, 혹은 나의 발견만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연구성과를 잘 모아서 마치 우리들의 모습을 잘 비추어 볼 수 있는 밝은 거울과 같은 국학, 한민족학을 성립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2. 동아시아학의 정립을 위하여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국학이 "우리 한민족이 살아온 삶의 발자취와 거기에 배인 숨결을 정리하는 작업" 이며 우리의 문화적, 역사적 자주성, 주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작업이라면 지금 말씀드리는 "동아시아학(가칭)"은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시대를 열기 위하여 필요한 이론적 작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고 우리의 국제성, 개방성과 관련되는 학문이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 이런 발상에서 어느 분이 "동아시아학"이나 이와 비슷한 개념을 사용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국가적, 민족적으로 동아시아 시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또 우리 개개인들이 그런 시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리미리 적응을 하여 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학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20~ 30년 정도면 성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아시아공동체(EAC)를 준비하기 위하여 동아시아(그 범위는 아직 불확정적이지만 아세안+3개국과 북한, 몽골, 대만, 러시아 동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됨) 지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동아시아의 지역내 교류와 협력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 이해를 위한 기초적인 도구로서의 동아시아 언어학(몽골어학, 베트남어학 등)과 동아시아 역사, 동아시아 문화, 동아시아 지리 등이 특히 중요하겠지요.

저 월계자 역시 지난 2003년 2월 경부터 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작업을 부분적으로 해 왔지만, 지역이 광범위하고 문화가 복잡, 다양하여 전체적인 윤곽조차 잡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에 이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현 단계에서는 힘들고 또 그다지 급박한 정도는 아니지만 하여튼 이런 방향으로 학문적인 노력이 앞으로 경주되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히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도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중-일 3국간의 역사분쟁이나 중국과 일본, 베트남, 대만, 필리핀 등과의 영토분쟁 등에 비추어 보면 동아시아 지역내에서 역사의 공동연구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고, 또 국경분쟁을 해결하거나 미리 예방하기 위하여 지리 연구 등이 상대적으로 시급한 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한국이 동아시아의 정보중심, 문화중심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저를 포함한 국내의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에 의거하면 동아시아 언어학의 연구, 동아시아 언론의 연구, 동아시아 정보화 연구 등도 다른 분야보다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지금 학계에 계신 분이나 재야 연구가, 가르치는 분이나 배우는 분들이나를 막론하고 동아시아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과 실천을 가능케 하기 위한 학문으로서의 "동아시아학(가칭)"의 정립에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이런 주장을 구상할 때에는 국학과 동아시아학의 필요성이랄까 개념을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에서 짧게 글을 쓰고자 하였으나 쓰다가 보니 자꾸 언급해야 할 내용들이 늘어나서 무척 긴 글이 되었습니다. 긴 글을 인내심을 갖고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국학 및 동아시아학에 관련된 정보를 보유하고 계신 분이나 이에 관한 의견이 있는 분은 보태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04년 1월 29일(목)


아시아연방론 카페에서


월계자 드림



*아시아연방론 카페는 한민족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통합 방안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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