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소식
남북어문 단일규범’ 의견일치 어디까지
작성자 한말연구학회
등록일2007.11.24
조회수6486
한겨레말글연구소(소장 최인호)가 주최한 ‘남북 단일 어문규범 얼개잡기’학술발표회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권재일 교수(사진 오른쪽)가 주제 발표를 맡고, 한재영 교수(왼쪽)가 토론자로 나섰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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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오는 순서 ‘ㅅ’ 다음으로 단위 의존명사는 붙여쓰기≪≫는 자료출전 표시때 사용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이날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글 ‘남북 단일 어문규범의 현황과 과제’를 보면 남북 학자들이 서로 다른 어문 규범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데 꽤 성과를 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권 교수는 가장 주요한 성과로 △자모 배열의 순서와 이름 △띄어쓰기 △문장부호에서 의견의 일치를 이뤄낸 점 등을 꼽았다.




















» ‘남북어문 단일규범’
글자의 배열 순서에서 남북은 ‘초성 순서에서 ㅇ의 위치’ ‘초성 순서에서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 위치’ ‘중성 순서에서 겹모음글자 위치’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남쪽에서는 ‘ㅇ’의 위치가 ‘ㅅ’ 다음이지만, 북에서는 ‘ㅇ’이 자음 글자가 다 끝난 뒤 나온다. 이 문제는 남북 분단 이전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ㅅ’ 다음에 ‘ㅇ’을 두는 것으로 의논했다고 권 교수는 적었다. 초성의 겹자음은 우리의 경우 ‘ㄱ’ 다음에 ‘ㄲ’이 오지만 북에서는 ‘ㅎ’까지 모두 끝나고 ‘ㄲ, ㄸ, ㅃ, ㅆ, ㅉ’이 차례로 놓인다. 이는 북쪽의 순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재 홑모음과 겹모음 글자의 순서는 남쪽은 ‘ㅏ ㅐ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이며, 북쪽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ㅚ ㅟ ㅢ ㅘ ㅝ ㅙ ㅞ’이다. 이에 대해선 △홑모음 글자를 먼저 배열하고 이어서 곁모음 글자를 배열하며 △홑모음 글자의 배열순서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겹모음 글자의 순서는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띄어 쓰기에서도 두드러진 성과가 있었다. ‘것, 바, 줄, 수’ 등과 같은 의존명사는 남쪽에서는 띄어 쓰고 있으나 북쪽에선 붙여 쓰고 있다. 남북 학자들은 일반 의존명사는 띄어 쓰는 원칙을 존중하되,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는 ‘한명, 두마리’처럼 붙여 쓰기로 이견을 좁히고 있다. 수사는 현행 남쪽 표기 방식대로 만, 억, 조 단위로 띄어 쓰기로 했다. 예컨대, ‘십이억 삼천오백육십만 사천오백팔십’처럼 표기된다. 북에서는 현재 백, 천, 만, 억, 조 단위로 쓰고 있다.
가장 최근 열렸던 지난 10월 중국 선양의 11차 대회에선 문장 부호 단일화에서 상당 부분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 문장부호의 형태, 이름, 기능을 단일화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예컨대, 북한의 인용표, 거듭인용표 ≪≫, <>와 남한의 큰 따옴표, 작은 따옴표 “”, ‘’의 형태를 모두 받아들이되, 그 기능을 나누기로 했다. “”는 대화를 직접 인용할 때, ≪≫는 책이나 자료의 출전을 표시할 때 사용하기로 했다.
 
권 교수는 이렇게 의견일치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 “남한에서도 맞춤법 개정때 마다 ‘ㄱ’을 ‘기윽’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면서 “이처럼 내부적으로 상대쪽 규범이 합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 남과 북이 상대 쪽 규범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논의 진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역사’냐 ‘력사’냐? 두음법칙 표기 큰 난관


절충 아닌 단일화로 접근…서울·평양말 통합도 만만찮아

남은 과제 어떤 것 있나
 
한겨레말글연구소(소장 최인호)는 15일 한겨레신문사 3층 강당에서 ‘남북 단일 어문규범 얼개잡기’를 주제로 하는 제3차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남북 단일 어문규범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두음법칙 표기 △외래어 표기 △공통어(규범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 두음법칙 어떻게 풀까=권재일 서울대 교수는 남북 학자들 사이의 협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가장 큰 과제는 ‘역사’와 ‘력사’, ‘여성’과 ‘녀성’의 표기를 단일화하는, 두음법칙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다만 두음법칙에 대해 남북 학자들은 복수표기나 절충이 아닌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음법칙이란 ㄹ계열 낱말(주로 한자어)이 어두에 놓일 경우 소리 대로 표기하도록 한 규정이다. 북한은 1948년 1월 <조선어 신철자법>을 공포하면서 이 원칙을 버렸다. 남쪽의 경우 서양외래어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김정수 교수(한양대)는 이날 발표문 ‘두음법칙 표기 등 어떻게 해야 할까?’에서 두음법칙이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이라기보다 ‘임의적이고 한정적인 규칙’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때문에 일관된 적용이나 획일적인 배제는 피해야 한다고 게 그의 판단이다. 사람의 성·이름 등 고유명사는 예외를 인정하는 등 허용 한도를 지금보다 크게 넓힐 필요는 있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머릿소리 규칙은 무수한 어휘의 충돌을 무릅쓰고 발음의 편의를 위해 일반 언중이 선택한 것”이고, 그 바탕은 힘 덜 들이기 곧, “노력 경제”라고 짚었다.
민현식 교수(서울대)는 토론에서 “언어적 역사성과 구조적 순리성”을 들어 발표자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남북은 이 부문에서 관습 아닌 언어학적 원리에 따라 논의해 적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을 주문했다. 또 현행 맞춤법에서 두음법칙 조항을 보완할 것도 짚었다. 또 다른 토론자인 한재영 한신대 교수는 남쪽은 한자어를 국어 어휘로 간주하고 있는 반면에 북은 한자어 자체를 외래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두음법칙 적용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자어가 국어 어휘의 일부라는 인식을 공유할 때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외래어 표기는=외래어에 대해선 우리말의 한 부분이므로 따로 외래어 표기법을 둘 것이 아니라 한글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에서 아울러야 하며, 현재처럼 음운 단위가 아닌 낱말 단위로 비교·확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호철 고려대 교수는 발표글 ‘남북 외래어 표기 차이와 단일화 모색’에서 남쪽 3만7천여 낱말, 북쪽 7900여 낱말 중 일반 외래어 3000여 낱말을 비교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다른 나라의 말을 들여 와 쓰는 외래어는 단어 단위로 인식되므로 단어를 단위로 하여 거기에서 드러나는 각각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향에서 통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어 발음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반영되었는지를 따질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우리글의 표기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논의해 통일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을 위한 대원칙으로 △자음 표기에서 경음(ㄲ·ㄸ 등)보다는 격음(ㅋ·ㅌ 등)으로, 경음이나 격음보다는 평음으로 △저모음(ㅐ·ㅏ 등)보다는 고모음(ㅟ ㅡ 등)으로, 후설 모음(ㅜ·ㅗ 등)보다는 전설 모음(ㅣ·ㅔ 등) 쪽으로 선택돼야 한다는 등 14가지 통일안을 제안했다. 현 남북 외래어 표기 규정의 근간은 외래어의 개별 음운 단위를 우리글로 적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토론에 나선 정희원 학예연구관(국립국어원)은 이 원칙에 찬동하면서 “남북의 표기 차이를 단일화하자면 어느 정도 양쪽의 원칙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와 있다”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표기법 원칙의 재론 기회로 삼자고 밝혔다.
 
■ 표준어냐 문화어냐=문화어와 표준어는 두 가지 큰 지역어(평양·서울)로 볼 수 있다. 어느 쪽을 공통어(규범어)로 할 것인지도 첨예한 쟁점이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은 발표문 ‘표준어와 문화어 통합 방안’에서 공통어 차이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일 이전에 비교와 통합이라는 순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에서 차이가 나는 어휘들은 복수 표준어처럼 양쪽 말을 아울러 공통어(규범어)로 함께 다루는 것으로 해결하자고도 했다. 그는 표준어와 문화어 통합 방안으로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들었다. 이로써 남북 어휘 차이를 해소하고 원활한 의사 소통을 하는데 밑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에 나선 이승재 연구관(국립국어원)은 지금까지 써왔던 말보다 앞으로 써 나가야 할 신조어·전문용어 등에 대한 정비작업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끊임없는 조사와 정보교환을 통한 정비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다면 ‘통합 사전 작업’은 한때의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규범이란 하나의 ‘약속’이어서 낯설면 언중들이 싫어하게 된다”며 “남북 학자 간 회의에서 아직 얼개를 잡지 못한 분야는 토론에서 나온 비판과 제안들을 아울러 충분한 논의를 통해 좋은 틀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겨레말큰사전
2005년 결성된 남북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회에서 내기로 한 남북공동 국어사전 이름이다. 북쪽의 <조선말대사전>과 남쪽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중심으로 남북에서 쓰는 30만 낱말을 모아 편찬하기로 하였다. 남쪽 편찬위 조재수 편찬실장은 현재 이 사전에 올릴 “30만 낱말을 이번 12월 12차 남북 회의에서 확정할 것”이라며 단일 어문규범 작성과 병행해 올림말 선정을 끝내고 낱말 풀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7년 예정으로 출발했으며, 북쪽은 평양에 사업회를 두고 사회과학원 언어연구소 학자들이 편찬에 참여하고 있다. 1989년 문익환 목사가 방북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합의한 열 가지 항목 가운데, 남북공동 국어사전을 편찬하자고 한 것이 큰 계기가 되어 이 사업회가 출범했다.

 

 

가져 옮: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2504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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