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소식
“학술업적 평가제 인문학위기 자초”
작성자 한말연구학회
등록일2003.05.23
조회수5341
“학술업적 평가제 인문학위기 자초”
[문화일보] 2003-05-22 () 18면 984자
“학술업적 평가제 인문학위기 자초”

현행 학술연구업적평가제와 관련,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미국 자연과학 분야 업적평가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인문학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6월1일까지 서울 동국대에서 국어국문학회(대표이사 서대석교수) 주최로 열리는 전국국어국문학학술대회에서 조동일(서울대)교수 등은 현행 학술진흥재단의 학술연구업적 평가제도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조동일교수는 발제문 ‘국어국문학 연구업적평가 총괄 검토’를 통해 “미국 영리회사 과학정보기구(ISI)의 과학인용 색인(SCI)을 본따, 인용빈도수등을 중시하는 학술지 등급평가기준은 관료주의적 부당한 간섭의 전형으로 이같은 학술지 등급선정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조교수는 “학술지 등재를 위해 ‘위장술’까지 동원하며 학술지의 전국화·대형화 경쟁이 심화돼 알차고 내실있는 소규모 연구회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윤표(연세대)교수는 “세계적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학자들의 업적을 계량화해 평가하는 현제도 시행후 학문 수준의 질적 변화가 없다”며 “연구업적의 평가목적과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교수는 “업적평가의 목적이 연구비 수혜자 선정이나 전임 교수 임용과 재임용 등에 국한되어 있을 뿐, 학문의 진작에는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민(한양대)교수는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진 학술단체들은 등재지가 되느냐 못되느냐에 명운을 거는등 이익집단화돼가고 있다”며 “개별 학교 단위로 존재하던 많은 학회들이 간판을 새로 내걸고, 전혀 관련도 없는 인사들을 포섭하며, 학회끼리 회원 명부를 교환하고, 논문 많이 쓴 사람을 섭외하느라고 난리”라고 소개했다. 정교수는 “이 와중에 오랜 연륜을 지닌 논문집들은 교내학술지란 명목으로 도태되고 있다”며 “간행 학술지와 발표 논문의 수는 해마다 폭발적 증가를 보이고 있지만 수치의 증가가 학문의 질적 진전을 가져왔는가에 심각한 회의가 든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충신기자 cs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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