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소식
국립국어연구원, 50년 만에 새롭게 국어 사용 빈도 조사
작성자 한말연구학회
등록일2003.01.20
조회수7609
“국립국어연구원, 50년 만에 새롭게 국어 사용 빈도 조사”
(2003.01.20)
- 58,437 단어의 빈도를 가나다순과 빈도순으로 제시
- 국어의 과학적 활용을 위한 기초 자료 확보
우리말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는 무엇일까?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울 때 무슨 말부터 배워야 할까? 영어의 경우 사전을 보면 별 표가 한 개에서 네 개까지 붙은 단어가 있다. 사용 빈도수에 따라 기초 어휘의 등급을 매긴 것이다. 이 기초 어휘는 어린이로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별 교양 도서를 만들 때 기준이 된다. 외국인을 위한 교재를 만들 때 어떤 단어부터 가르칠 것인가를 정하는 데도 기초 어휘 목록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말 사전에서는 이런 표시를 찾을 수 없다. 자주 쓰이는 단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국어 사용 빈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초 어휘 목록이 없기 때문이다.
국어 사용 빈도 조사는 우리말을 대상으로 하는 인구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1년 당시 문교부에서 빈도 조사에 처음 착수하였다. 5년간의 조사를 거쳐 1956년에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일제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더구나 전쟁 통에 우리말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 조사 이후 우리말의 변화가 심하여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낮아져서 최근에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 낡은 자료가 되었다.
이에 국립국어연구원(원장 남기심蟁南基心)은 새롭게 국어 사용 빈도를 조사하기 위하여 2000년부터 조사에 착수하였으며 3년여의 작업 끝에 이번에 1,192면에 이르는 두꺼운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연구원에서는 3년 동안 많은 예산을 들여 176종의 자료를 대상으로 사용 빈도를 조사하였다.
이번 조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이제 우리말에서도 어느 말이 많이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말에서 자주 쓰이는 것으로 조사된 말을 일부 들면 아래의 표와 같다.(빈도가 높은 말의 순서대로 배열하였음)
분류
빈도순 상위 목록
단어
것, 하다, 있다, 되다, 수, 나, 그
조사
의, 을, 에, 이, 이다, 는, 를, 은, 가, 도
어미
다, ㄴ, 는, 고, 었, 았, 아, 어, ㄹ, ㄴ다
고유명사
한국, 미국, 일본, 서울, 김(성씨), 북한, 중국
이번 조사는 이제 우리말도 과학적인 기반 위에서 활용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외국처럼 우리말을 가르칠 때 무슨 말부터 가르쳐야 할 것인지 고를 수 있게 되었으며, 사전에 중요 단어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제 사용 빈도가 높은 말을 가리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국어학 연구자는 이 자료를 이용하여 국어의 특징적인 현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단계별 학교 교재, 성장 단계별 교양서적을 주먹구구식으로 편찬하던 시대는 이 조사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사용 빈도 조사 자료가 없어 고민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조사는 오랜 가뭄 끝의 단비와 같다.
이번 조사의 특색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분야별 빈도를 전체 빈도와 함께 제시하였다. 단어 조사는 표본 조사로 진행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어 교재, 교과서, 교양서, 문학 작품, 신문, 잡지, 대본, 구어, 기타 등 9개 분야로 구분하여 분야별로 적정한 양의 자료가 조사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사 결과를 제시할 때도 전체 빈도와 함께 분야별 빈도도 제시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분야별 어휘 사용 양상의 차이도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한 예로 전체 빈도에서는 ‘것’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왔지만 문학 작품에서는 ‘나’가, 구어에서는 ‘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나 분야별로 차이를 보인다.
둘째, 176종의 대상 자료 중 몇 가지 자료에서 나온 것인지도 조사하였다. 사용 빈도는 동일한 대상 자료에서 자주 쓰인 말이 전체 순위도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조사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나타났느냐 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자료에 나타났느냐 하는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 점을 감안하여 몇 가지 자료에서 나온 것인지도 밝혔다.
셋째, 작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컴퓨터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문교부 조사는 수작업으로 한 것이어서 정확한 결과를 산출하기가 어려웠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빈도 조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자료를 분석하고 기계적으로 통계를 내어 수작업에서 발생하는 부정확성을 최대한 줄였다.
넷째, 320M 규모의 각종 파일을 담은 시디를 첨부하였다. 이 시디에는 빈도 조사 프로그램과 조사 대상이 되었던 자료의 분석 정보 등이 담겨 있다. 이 파일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연구원에서는 이 조사 결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 연구가 지속적으로 널리 이용될 수 있도록 조사 프로그램과 조사 결과를 연구원 홈페이지(korean.go.kr)의 ‘공개 자료실’에도 공개하였다.
담당부서 : 국립국어연구원(전화번호 : 02-2669-9711) 담당자 : 조남호(chonh@kore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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