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소식
눈뫼 허웅 선생, 먼저 떠난 아내에 대한 추억으로 쓴 일기
작성자 한말연구학회
등록일2002.10.05
조회수5413
한글 학회 허웅 이사장님께서, 지난 해 돌아가신 아내 백금석 여사의 추억으로 쓴 일곱 달 동안의 일기(시조)를 책으로 엮어 냈습니다.
두 분의 지난 사랑에 코끝이 찡해옵니다.
그 중 몇 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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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그리 몰랐던고?

손톱깎이 잡았다가
힘 줄 수 없다기에
두 손가락 동그라미
펴 보고 괜찮댔지.
그것이 모진 병 탓인 줄
어찌 그리 몰랐던고?

2002년 월 5일(수) 낮. 거실에서
지난해 여름이던가, 손톱을 깎다가 손가락에 힘을 줄 수 없다고 하기에,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도록 하고, 그것을 내가 두 손으로 표 보았더니 꽤 힘이 있어 보이기에 괜찮다고 했지. 그러나 쇠약해 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에 지난해 10월 17일 정밀 검사를 받기에 이르렸는데, 결과는....절망.

*두 손 들어 흔들어도

사진 보고 "다녀올게"
두 손 들어 흔들어도,
대답 소릴 듣긴 커녕
미소 한번 짓지 않네.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언제까지 이럴 거야?

2002년 5월 31일(금), 낮
살았을 때보다 더 다정하게, 나갈 때, 돌아왔을 때, 인사를 한다. 어찌 답이 있기를 바라서이겠는가? 다만 그렇게 해야 내 마음에 다소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서이다. 영원히 그 대답 소리 듣지 못할 줄 알면서도..............

* 이럴 수는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수는 없잖아?

그대 먼저 갈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나?

아쉽고 그리운 마음에
"여보"라고 또 불러 본다.

2002년 6월 30일(일), 혼자 점심을 먹고 난 밥상을 치우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수는 없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나보다 건강했는데, 어찌 먼저 갈 수 있단말고? 억울하다. 운명의 희롱이 믿어지지 않는다. 땅을 치고 싶다. 가슴을 찢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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