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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정보화
작성자 나그네
등록일2001.10.10
조회수1753
기사
[집중취재]"위기의한글"-<1>뜨거워지는 "언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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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위세"…우리말 설땅 잃어간다

인터넷 혁명이 몰고 온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맞아 날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영어가 세계 각국 언어의 입지를 위협하면서 "언어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도 국어를 지키기 위해서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아날로그식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정보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국어의 현주소와 경쟁력 제고방안 등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앞으로 세계 언어는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거나 지역 방언으로 남을 것이다."(198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스페인의 카밀로 호세 셀라)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 프로그램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 대부분은 영어로 돼 있다. 셀라의 예언은 영어 영향력이 커질수록 각국 언어는 그만큼 위축될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언어전쟁은 시작됐다=인류역사상 수많은 언어가 생성되고 사라지면서 지금까지 남은 토착언어는 6000∼7000개. 호주대륙만 하더라도 영국 식민지 통치가 시작된 18세기말 250여개에 이르던 토착어가 지금은 25개밖에 남아 있지 않다. 세계미래협회(WFS)와 월드워치연구소 등 세계 연구기관들은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100년내에 전체 언어의 90% 이상이 소멸하고 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30년대까지 영어를 사용한 세계 인구는 2억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세계 60여개국 14억명 이상이 영어를 모국어 또는 공용어로 쓸 정도로 영어의 힘은 막강하다. 특히 최근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인터넷은 영어 이외의 언어 퇴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인터넷 웹사이트의 70∼80%가 영어로 이뤄져 있어 영어를 모르면 정보화 시대의 낙오자가 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공용화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영어 확산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세계화 시대에서 영어가 표준어 자리를 선점, 정보사회를 기반으로 점차 확산되는 반면 국어는 사라질 것이므로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것이다.
영어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문화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는 모든 공공기관 사이트를 자국어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언어로 꾸미도록 이미 의무화했고 독일은 98년 8월부터 독일어의 까다로운 문법규칙을 없애고 철자법까지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어 정보화는 왜 필요한가=디지털 시대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에서 국어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고 아끼자는 식의 운동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정보와 기술이 최대 자원인 디지털 시대에서 애국심에 호소하는 "국어 지키기"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우선 정보교류의 국경이 없어진 인터넷 시대에 "기계번역"으로 국어와 영어가 완전 소통된다면 영어를 배우거나 배척할 필요도 없어진다는 것이 언어학계와 컴퓨터공학계 주장이다. 더욱이 전 세계 국가 경제가 단일 경제권으로 재편되면서 외국과의 의사소통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 지 오래됐다.
국어 정보화 작업은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영어에 대해 "언어장벽"을 치는 의미를 갖는다. "관세장벽"이 선진국과의 경쟁력에서 크게 떨어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술력으로 국어를 정보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90년대초 국내에서 한글 코드 문제를 놓고 완성형과 조합형 논란이 치열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3.1에서 완성형을 지원하면서 논란이 종식된 사례에서 보듯 다국적 기업에 기술 종속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알타비스타, 시스트란소프트사 등 미국 주요 기업이 한국어를 포함한 각국 언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한번역기 개발업체인 엘앤택 김영택(서울대 명예교수) 사장은 "국어와 관련된 기술을 외국에서 개발하게 되면 국어가 정체되고 퇴화한다"며 "그 나라 언어가 발달하지 못하면 그 나라 문화와 과학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박희준-박성준-황현택기자
july1st@sg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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