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우리의 글자생활은 한문, 한자를 빌어 쓴 우리말 표기(차자표기라고도 하며, 이두, 구결, 향찰 등이 있음)의 두 종류로 이루어졌습니다. 한문은 중국식 문장을 그대로 쓰는 경우이며, 차자는 한자만을 빌어다가 우리말을 쓰는 경우입니다. 요즘 국어학계에서는 차자연구를 통하여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국어의 모습을 상당히 많이 밝혀냈습니다. 참고로 구결학회라는 학회가 있으며, 그곳의 홈페이지도 비교적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로 우리말을 표기할 수 있는 우리글이 생긴 셈입니다.
외국과의 접촉을 통하여 언어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언어 층위는 단어입니다. 새로운 문물이 수입되거나 발명품이 만들어질 때 이름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우리말에 중국에서 들어온 한자말이 많고, 불교계 범어, 몽고에서 들어온 말, 최근에는 영어권에서 들어온 단어가 많은 것도 그 까닭입니다.
3번의 질문은 언어가 시대에 따라 바뀜을 의미하는데 "호상"은 북한에서도 많이 쓰고 있는 단어입니다. 우리도 예전에는 "상호"보다 "호상"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어순이 도치되어 굳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중요한 것을 앞세우는 언어 원리일 듯합니다. "호상"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노소남녀"가 "남녀노소"로 굳어지는 현상은 이에 속합니다. 근대(1880년대 이전)까지는 "노소남녀"가 훨씬 더 많이 사용되었거든요.
질문자의 질문 내용은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기초적인 의문 사항이면서 비교적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내용입니다. 이 홈페이지가 질문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군요. 고맙습니다. 2005-1-16 허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