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살리기 우리 안하면 누가 하나
참여정부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우리말을 살려라
이대로기자
겨레말이 살아야 겨레 얼이 삽니다. 그런데 지금 겨레말이 죽고 있습니다. 그러니 겨레 얼이 빠져서 얼빠진 겨레, 국민이 되고 있습니다. 나라 글이 오르면 나라가 오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글자가 남의 나라 글자에 짓밟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라가 오르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수 천년 간 우리 말글이 강대국인 중국의 한문과 일제 식민지 시대의 일제용어에 시달리다가 그로부터 해방되는가 싶더니 이제 또다시 초강대국인 미국말글에 짓밟혀 몸살을 앓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남의 나라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미국말을 섬기며 우리말을 더럽히고 버리니 참으로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가기 바로 앞서 일본의 자민당 간부가 "일제 때 조선인들이 원해서 창씨개명을 한 것이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 말에 남한과 북한 모두 잘못된 헛소리이며 우리 겨레를 놀리는 말이라고 세게 나무랐습니다. 일본인들이 우리에게 온갖 못된 짓을 하고도 뉘우치기보다 우리를 비웃는 말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매우 기분 나쁘고 화가 납니다. 그런데 그들의 말에 저는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오늘날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에 눈이 벌건 우리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름과 성씨를 남의 나라 말글로 바꾸는 것은 내 아버지 성씨를 버리고 남의 아버지 성씨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가 태어난 뿌리와 바탕을 스스로 차버리는 것이고 남의 뿌리를 제 뿌리라고 하는 것과 같은 얼빠진 일입니다. 제 조상을 버리고 남의 조상을 섬기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것도 남의 눈에 잘 보여 돈을 더 벌겠다는 얄팍한 마음에서 스스로 제 뿌리를 뽑아버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니 한심합니다.
미국식으로 이름을 바꾸기만 하면 모두 잘 살고 돈을 많이 번다면 한쪽 눈을 감고 못 본체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현대전자"는 "하이닉스"란 미국식 이름으로 바꿨지만 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말 이름을 그대로 쓰는 삼성전자는 잘 나가고 있습니다. 에스케이글로벌이란 영문 이름회사도 요즘 회사가 흔들리고 사장이 옥살이까지 하고 있습니다. 큰 회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네에 영문이름을 단 가게도 문닫는 곳이 많습니다.
일찍이 100여 년 전 대한제국이 망해갈 때 선각자 주시경 선생님은 "나라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나니"라 하시며 우리말과 우리 글자인 한글을 살리고 빛내어 쓰러지는 나라를 일으키는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우리 말글을 연구하고 한글로 "독립신문"을 만들어 민중을 깨우치려고 힘쓰면서 최현배, 김윤경, 김두봉 등 훌륭한 제자들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에도 조선어학회를 만들고 한글날과 한글맞춤법을 만들 수 있게 해서 일제가 물러간 뒤 우리 말글로 국민 교육과 말글살이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한글날이 한글을 빛나게 하고 그 바탕에서 국민이 똑똑해져서 민주주의가 꽃피고 빠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 누구나 지식인이 되고 시와 소설도 쓰는 글쟁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말글로만 공문서도 쓰고 교과서도 만들고 신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튼튼한 문화독립국가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시경 선생님으로부터는 100여 년, 일제로부터 풀린 지는 50여 년 만에 국어 독립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수 천년 중국 글자와 중국 문화에 눌려 살던 문화종살이를 면할 좋은 기회가 온 것입니다. 정말 꿈같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우리 말글 독립이 배가 아픈지 중국 한자와 미국말을 우리 말글로 하자는 바람이 세차게 일었습니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한글을 살려 쓰기 위한 한글전용법을 폐기하자고 설치더니 영어를 우리 공용어로까지 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영어 혼용을 하고 우리말 이름을 버리고 미국말 이름짓기 바람이 세차게 일고 있습니다. 그것도 똑똑하다는 지식인과 힘있는 정치인과 돈 많은 기업인들, 이 나라 지배자들이 그러고 있습니다. 너무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해서 복 떠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유학,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 많이 배웠다는 이들이, 돈이 많아서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을 이웃집 다니듯 하는 이들이 서양말과 일본 한자말 들, 외국 말투를 즐겨 써서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있습니다. 우리말을 우습게 여기고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지식인과 박사가 쓴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말을 엉터리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괜히 어려운 말을 서로 하게 되어 사회가 혼란스럽게 됩니다.
귀로 들어서 잘 알아듣기 힘든 말은 참된 우리말이 아닙니다. 요즘 참여정부 국무회의 때 많이 오르내린다는 아젠다, 태스크포스, 로드맵, 인프라, 시스템 등이나 서울시에서 피땀어린 세금으로 퍼트리는 "Hi Seoul Festival", "hi 서울 green 청계천"이란 광고문이나. KT, SK, KB 같은 외국말로 된 영문이름은 말할 것 없고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운 일본식 한자말과 외국말투를 쓰지 않는 것이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는 일입니다.
그냥 "아름답다, 곱다"고 하면 될 말을 "우아하다(일본식)", "갔다"를 "갔었다(미국식)", "그런데도"를 "그럼에도 불구하고(일본식)"로 씀으로써 유식하다는 이들이 우리말을 거칠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말을 우리글자인 한글로 적읍시다. 아름답고 쓰기 쉬운 우리말을 놔두고 괜히 어려운 문자를 쓰려는 이상한 사람이 많은데 이제 생각을 바꿔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남의 글자나 말을 우리말글에 섞어 쓰고서 그 글을 읽게 하기 위해 온 국민에게 남의 말글을 배우는데 많은 돈과 힘을 낭비하게 만드는 일도 사라져야겠습니다.
우리 겨레끼리 나날이 살아가면서 입으로 주고받는 말은 깨끗한 우리말로 합시다. 그리고 외국인을 만났을 때 그들이 우리말을 모르면 외국말을 합시다. 외국사람을 만났을 때는 외국말을 제대로 못하면서 괜히 내국인에게 외국말을 섞어 쓰자고 영어 조기교육을 하고 한자조기교육을 하는 것입니까?. 외국 책을 읽고 외국 문화를 알기 위해서 외국말을 배우고 씁시다.. "국정 과제"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국정 아젠다"라고 하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말이 죽고 사라지는 것은 경제가 어렵게 되는 것이나 전쟁에 지는 것보다도 더 큰 재앙입니다. 이익도 별로 나지 않는 수출을 더 하기 위해 우리말을 죽여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모두 우리말을 잘 알고 바르게 쓸 수 있을 때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빨리 서로 많이 주고받게 되고, 그러면 저절로 잘 사는 세상이 되고 힘센 나라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는 일은 조상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잘 이용하다가 후손에게 물려 줄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우리 말글을 더럽히고 죽이는 것은 조상과 후손에 대한 바른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자주 문화를 꽃피워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남북 겨레가 하나가 되고 뭉치기 위해서, 인류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참여정부는 강력하게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낼 정책을 펴야 하고 국민 또한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한글을 진짜로 사랑하는 것은 실제로 많이 쓰는 것이고 한글을 빛낼 정책과 환경을 잘 만드는 일입니다. 언론과 학자들도 우리말로 말하고 우리 글로 글을 쓰기 바랍니다. 우리말은 우리 글로만 적어야 제 맛이 나고 빛납니다. 그래야 좋은 문학작품도 나옵니다.
오늘날은 문화 경쟁시대요 지식 정보화 시대라고 합니다. 극심한 문화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식정보 강국이 되기 위해서 우리 겨레말을 지키고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노무현 정권과 국회는 하루빨리 한글날을 문화국경일로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국민과 후손을 위해 정치권이 꼭 빨리 해야 할 의무요 책임이고 시대 사명입니다. 이 일을 제대로 못하는 정부는 실패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지난날 박정희 정부를 빼고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 모두 우리 말글 발전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제 나라말을 잘 알고 부려쓸 줄 아는 일, 제 겨레말을 지키고 빛내는 일은 겨레와 나라가 잘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그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교육과 정치와 문화와 경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식 회사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고 미국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지금 제가 하는 말에 불만인 사람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겨레 얼이 담긴 겨레말을 지키고 빛내지 않으면 우리 앞날은 캄캄하기에 욕먹을 각오로 이 글을 씁니다. 우리말을 걱정하는 사람들 모두 여기 "참말로"에 모여 우리말을 살리고 지킵시다.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우리 배달겨레말을 걱정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야 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원우: 흥. 지금 다른 일로도 굉장히 바쁘실텐데,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이나 쓰시겠어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굉장히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시는 분 아니십니까? "못해먹겠다" 나 "막가자는 거냐" 등등... 정치 스캔들이나 안 나면 다행이죠. -[06/20-23:50]-